의약품·의료기기 스마트공장 구축 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생산 현장에서 자동화 기술보다 데이터 운영 구조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.
11일 서울 용산에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재단(대표 허경화ㆍKIMCo) 주최로 열린 '의약품·의료기기 스마트공장 세미나'에서 ①품질 시스템 운영 전략 ②데이터 활용 사례 ③제조 시스템 구조 ④제조 AI 적용 한계까지 이어지는 발표가 진행됐다. 발표에서는 공통적으로 스마트공장의 본질을 기술이 아닌 데이터 관점에서 짚었다.
"스마트공장 핵심은 시스템 간 데이터 통합"
이승하 대웅제약 오송공장 본부장은 '의약품 스마트 공장, 품질 시스템의 운영 전FIR과 그 성과'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의약품 스마트공장에서 품질 시스템이 수행하는 역할과 실제 운영 성과를 공유했다.
이 본부장은 시스템 간 데이터 단절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"EDMS, LIMS, QMS 등 개별 시스템 도입이 보편화됐지만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"고 설명했다. 특히 개별 시스템 내 데이터 관리와 달리 통합 분석이나 장기 트렌드 도출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.
이 본부장은 현장 사례를 제시하며 문서 준비 시간 감소와 데이터 정확도 개선 효과를 강조했다. 동시에 LIMS 운영의 현실적 한계도 짚었다. 이 본부장은 "배치 단위 데이터 관리는 가능하지만 전체 트렌드 분석은 여전히 쉽지 않다"며 "결국 엑셀 작업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휴먼에러 리스크가 존재한다"고 밝혔다.
스마트공장의 핵심 개념으로는 '데이터 통합'을 꼽았다. 이 본부장은 "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연결 구조가 병목"이라며 "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시스템 고도화 보다는 시스템 간 데이터 통합과 연결"이라고 강조했다.
"제약 AI 도입 전제 조건은 온프레미스와 데이터"
황주영 종근당 천안공장 이사는 '데이터 중심 제약 산업의 미래'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데이터 관점에서 제약 산업 내 AI·메타버스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.
황 이사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활용 목적과 방향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. 황 이사는 "일차적으로는 기술 도입에 대한 목적과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"며 "기술은 겉모습일 뿐 결국 남는 것은 데이터"라고 말했다.
구체 사례로 'APQR 자동화'가 제시됐다. 황 이사는 연간 품질평가 보고서(APQR) 생성 과정의 구조적 비효율을 언급하며 "숙련된 인력이 수행해도 하루 또는 이틀이 걸리던 작업이 지금은 5~10분 안에 가능하다"고 설명했다. 또 이와 관련해 CSV 검증을 충분히 진행했고 데이터 정확성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.
온프레미스 환경의 필요성도 강조됐다. 황 이사는 외부 생성형 AI 활용 확산에 따른 우려를 언급하며 "회사 중요 정보를 외부에 올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"고 설명했다.
황 이사는 또 내부 시스템 중심의 AI 활용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. 이와 관련해 내부 서버 기반 AI 에이전트 구축 사례를 공유하며 권한 제어 및 설명 가능성 확보를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.
데이터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도 핵심 강조사항으로 꼽혔다. 황 이사는 "데이터 시스템 구축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은 AI보다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"고 말했다. AI 도입 이전 단계에서 데이터 인프라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.
밸리데이션+데이터…제약 스마트공장의 구조적 과제
김호성 글로벌지속경영연구원 상무는 의약품 의료기기 스마트공장 현황과 구조적 과제를 다뤘다.
김 상무는 제약 산업 특유의 규제 환경을 언급하며 스마트공장 구축 과정에서 밸리데이션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. 김 상무는 "제약 산업의 경우 프로젝트 수행 시 반드시 밸리데이션이 동반돼야 하는데 스마트공장 구축 시 밸리데이션 비용 비중은 상당한 수준을 차지한다"고 설명했다.
김 상무는 MES(공장 실시간 운영 시스템)와 ERP(경영관리시스템)의 차이도 명확하게 구분했다. 김 상무는 "MES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핵심 개념인 반면 ERP는 마감 전 데이터 입력 중심 시스템"이라고 설명했다.
김 상무는 특히 MES의 실시간성이 제조 현장에서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"실시간 공장 상황을 파악하고 공정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조 시스템이 필수적 요소"라고 말했다.
데이터 무결성 개념 역시 주요 논점으로 제시됐다. 김 상무는 "여러 시스템이 같은 내용을 다룰 때 값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"며 "데이터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"고 말했다. 특히 시스템 간 데이터 교환 과정에서의 정합성 유지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.
제조 AI 적용에 대해서는 현장 적용 가능성 중심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. 김 상무는 "LLM이나 RAG는 서류 작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생산 제조 과정에서는 도움이 되는지 의문"이라며 실질적 활용 영역으로는 '비전 AI'를 대안으로 제시했다. 이어 "정상 및 불량 데이터를 라벨링해 학습시키면 사람이 관여하지 않아도 판정이 가능하다"고 설명했다.
정책 변화도 함께 언급됐다. 김 상무는 "스마트공장 정책 방향이 데이터 기반 고도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"며 "최근 정책 흐름이 단순 보급형 지원에서 데이터 활용 및 AI 기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"고 밝혔다.
Log In
EN